[직업의 세계]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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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21 14:59 |

한국판CSI 프로파일러 (범죄심리요원)의 세계

1980년대 형사들의 활약을 담은 인기 TV 드라마 ‘수사반장’을 즐겨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당시만 해도 몸을 사리지 않고 발로 뛰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모습이 익숙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 방영된 미국 드라마 ‘CSI 과학수사대’는 그야말로 첨단의 새로운 세계였다. ‘CSI’(Crime Scene Investigation)는 범죄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먼저 범죄 현장에 나타나는 감식수사관(과학수사대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국내에는 2000년 첫 방송된 이래, 인기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범죄현장의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과학수사관들의 활약상은 이제 국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로 프로파일러의 활약 덕분이다. 국내 프로파일링 수사기법을 개척한 인물이자, 국내 최초의 프로파일러로 꼽히는 서울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권일용 경위는 8년간 현장 CSI요원(현장감식요원)으로 근무하였고, 2000년부터 현재까지 프로파일러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비롯해 작년에 검거된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범 정남규를 2년 여간 추적하여 검거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건1] 지난 해 10월, 서울 상계동 Y주점에서 주인 장모(52.여)씨가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선 5만원이 든 피해자의 지갑이 없어졌고 맥주병과 컵의 지문은 지워졌고, 담배꽁초조차 물로 씻겨 졌다.
사건2] 지난 해 11월, 충남 천안 성정동의 원룸에서 정모(42.여)씨가 전깃줄로 목이 감겨 숨진 채 피살됐다. 외부에서 문을 따고 들어간 흔적이나 지문은 없었다. 정씨의 휴대전화만 사라졌다.
언뜻 봐서는 사건의 성격이 다르다. 범행 장소와 대상, 침입수법, 목적 등 유사성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사건의 범인은 동일 인물로 밝혀졌다. 이 두 사건을 동일범으로 해결한 것은, 범인의 심리 속으로 파고든 프로파일러의 집념 덕분이다. 상계동 사건이 발생한 후, 권일용 경위 등 프로파일러 4명은 범인의 행동 프로파일링을 내놓았다.

“현장에서 물증을 발견할 수 없었고, 피해자가 치정, 원한 관계가 없어 현장수사 기법으로는 용의자를 압축할 수 없다. 대신 범인이 40, 50대 중산층 이하의 여성을 노렸고, 꼼꼼하게 증거를 인멸했으며, 범행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범인은 음주와 금전 문제가 있으며, 저학력 출신으로 강도, 살인 전과를 가졌을 것이다.”권 경위는 전국의 지방청에서 접수되는 강력범 검거보고서를 챙겼다. 250건이 넘었다.
그러던 11월, 충남 천안경찰서가 김모(34.구속)씨와 민모(34.구속)씨를 '천안 원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검거했다. 이들은 희생자 정씨의 휴대전화로 성인 채팅을 하다 붙잡혔고 범행을 자백했다. 꼼꼼히 살펴보니 이 두 사건은 기술적인 피해자 접근, 살해방식, 저항 흔적 발견 불가, 증거인멸 방식이 비슷했다. 하지만 행동 분석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는 일. 확실한 물증 확보를 위해 과학수사가 동원됐다.
용의자는 담배꽁초를 물로 씻고 접촉부위를 휴지로 닦는 등 전과자답게 지문 제거엔 신중했지만 DNA정보는 흘렸다. 발자국도 남겼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긴급 DNA분석을 요청해 현장에서 발견된 포도껍질(상계동)과 미세 모발(천안)의 DNA가 동일인(범인)의 것임을 확인했다. 족적도 일치했다. 결국 천안 사건의 용의자들은 상계동 사건도 자백했다. 이로써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하게 되었다.
서울경찰청 등 전국의 지방청 과학수사과에서 프로파일러들 활약

권일용 경위는 그동안 수많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기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특히 아이들이 성범죄와 관련되어 사망한 사건이 늘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서남부 살인범 수사 당시, 피해를 당해 중상을 입고 다행히 살아난 한 여고생 피해자를 만났을 때 ‘꼭 범인을 검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범인이 검거되면서 그 약속을 지키게 되어 보람으로 남아있습니다. 결국, 연쇄범죄자를 검거함으로써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차단했을 때가 가장 보람 있다고 하겠지요.”
권일용 경위는 마지막으로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언을 들려주었다.
“Albert Ellis라는 심리학자는, 사람의 마음을 혼란시키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라고 합니다. 즉, 부정적인 사고를 갖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자기 스스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늘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자신의 길을 향해 꾸준히 정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어 설명]
* 프로파일링(profiling, 범죄분석)
범행 현장에 남은 흔적을 바탕으로 범인의 성격·직업·
취향 등을 추론하는 수사 기법. 심리·행동양태 분석 등 다양한 기법이 동원된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존 더글러스가 1978년 처음 범죄 수사에 도입했다. 국내에는 2000년 도입됐다.
* 공소시효(公訴時效)
일정한 기간이 지난 후에는 범죄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는 제도. 공소시효는 나라마다 다르며, 범죄의 정도에 따라서도 다르다. 일반적으로 가벼운 범죄는 공소시효 기간이 짧고, 살인과 같은 무거운 범죄는 공소시효 기간이 길다. 그런데 이 공소시효가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9차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공소시효가 2005년 11월 13일에 만료되면서(살인사건의 경우, 공소시효는 15년), 살인과 같은 반인륜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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